공기업에도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직접고용 외치며 거리로 나선 톨게이트 노동자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톨게이트 노동자와 정부가 갈등하는 이른바 ‘톨게이트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이 사태는 도로공사가 요금수납 업무를 담당하는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시작됐다. 직접고용 쟁취를 위해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5개월 동안 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경찰과 도로공사로부터 심각한 인권침해를 당했다.
▲문재인 정부 해결 촉구를 위해 광화문 농성을 진행 중인 톨게이트 노동자들
자회사 정규직 전환은 도로공사의 꼼수

    지난 8월 29일, 대법원은 톨게이트 노동자가 한국도로공사 직원이라며 해고된 요금수납원들에 대해 직접고용 하라고 판결했다. 하지만 한국도로공사는 판결이 나오기 전인 7월 1일부로 ‘자회사 전환’을 거부한 1,500여 명을 모두 해고했고, 승소 당사자 중 499명만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요금수납원 1500여 명은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나섰다. 거리로 나선 이들이 30% 임금 인상, 61살 정년 보장이라는 약속에도 불구하고, 자회사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자회사가 지닌 태생적 한계 때문이다.

    한국도로공사는 스마트톨링(무인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시행할 경우 인력이 적게 필요해 수납원들을 해고해야 한다. 하지만 수납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해고하기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자회사 설립’이다. 현재 비정규직인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이다. 정규직이라도 자회사 소속이면 쉬운 해고가 가능하다.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고용불안은 계속되는 것이다.

전혀 공적이지 않은 ‘국민기업’ 도로공사
▲도로공사 홈페이지 첫 화면 ⓒ한국도로공사 홈페이지

    윤리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모든 이해관계자와 함께 성장 발전하여 신뢰받는 국민기업이 되는 것이 도로공사의 윤리 경영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도명화 민주노총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노조본부 지부장은 “장애인 장려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전 직원을 장애인으로 고용하고, 수당이 3년만 지급되니까 3년 되면 해고하는 영업소도 있다”고 밝혔다.

    도로공사는 점거농성중인 톨게이트 노동자에게 무려 1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민간기업도 이제는 되도록 하지 않는 방식의 노동탄압을 공기업이 해낸 것이다. 구리-남양주 사업소에서 6년 간 톨게이트 수납업무를 하다 해고당한 설지윤 씨는 “도로공사는 공기업임에도 대법원에 판결을 깡그리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며 “불법파견의 가해자인 도로공사를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희롱과 조롱 등 인권침해 심각

    지난 6월, 해고 대상자들을 모아놓고 ‘이제는 말한다’ 증언대회가 있었다. 자회사 간부들의 인권침해 실태를 얘기하는 자리였는데, 파렴치한 성희롱이나 갑질은 말도 못 꺼내는 분위기였다. 노래방에서 스킨십을 하거나 술을 얼굴에 붓고, 밤늦게 대리운전을 하라며 노동자를 불러냈다. 이들은 “톨게이트 노동자가 직접고용 정규직이 아니라 감시를 받는 비정규직이기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점거 농성 중인 노동자들 또한 인권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농성이 시작된 지 이틀째, 경찰이 톨게이트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산시키려고 했다. 이에 맞서 톨게이트 노동자들은 상의를 탈의했다. 광화문 천막농성장에서 만난 민주노총 톨게이트노조본부의 박 아무개(가명) 씨는 “500명 정도의 공권력에 대항에 우리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상의탈의 밖에 없었다”며 “그럼에도 도로공사 직원들과 경찰은 우리를 보고 비웃거나 조롱을 했다”고 밝혔다. 그날 경찰과 대치로 노동자 24명이 탈진, 요통,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에 이송됐다.

    톨게이트 직접고용 대책위원회는 10월 26일 경찰청 앞에서 “농성 첫날 과도한 물리력 행사만이 아니라 생리대 반입 금지 같은 성차별, (항의를 위해) 상의를 탈의한 여성노동자를 비웃는 성희롱, 농성장에 의료인 접근 방해, 농성장 내 과다 병력배치로 사생활 침해, 전기·환풍시설 차단으로 건강권 침해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숨차다”며 “이것이 문재인 정부 공권력의 실체”라고 비판했다.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화’가 아니라 직접고용이 해답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행보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선언이었다. 그 선언의 취지는 공공부문에서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가 많았던 만큼 이제부터는 직접고용과 처우 개선을 통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임기의 전환점을 돈 지금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자회사 정규직화'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은 산업 수요나 정부 정책 변화에 따른 기능 조정이 예상되는 업무를 전환 예외 사유로 둔다. 이에 2017년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차별 전환 계획”에서 요금 수납원을 정규직 전환 대상에서 제외했다.

▲김천 도로공사에 점거 농성중인 톨게이트 노동자의 현수막 ⓒ경북미디어센터

    톨게이트 노동자 대량 해고 사태는 문재인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실패했음을 보여 준다. 노동자들은 “차라리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이 없었다면 우리는 법원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 됐을 것”이라고 분노한다. 정부의 이런 '정규직화'는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체의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나가는 마중물이 될 수 없다.

    청와대 경제수석의 “톨게이트 수납업무는 곧 없어질 일자리”라는 발언은 사람을 사람이 아니라 역할로 취급하는 현 정부의 시선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람이 먼저다’라는 슬로건을 가진 현 정부에게 묻고 싶다. 정말 사람이 우선인지.

이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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