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 유튜버, 놀이인가 노동인가
아동 출연 콘텐츠에 관한 법률 제정 필요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한 아이가 장난감 자동차를 탄 채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장난감 자동차 옆으로 커다란 승용차들이 쌩하고 지나간다. 자칫하면 사고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 이 장면을 영상으로 찍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이의 부모다. 아동보호단체에 고발당한 부모는 아이와 노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서울가정법원은 명백한 아동학대라며 부모에게 보호 처분을 내렸다.
“휴가지에서도 놀지 않고 촬영만”
    아이와 상황극을 찍은 영상으로 인기를 끈 이 채널은 구독자 수가 1400만 명에 이른다. 이 채널 운영자는 얼마 전 청담동에서 95억 원 상당의 빌딩을 구매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채널의 등장 이후 아이를 유튜버로 키우려는 부모들이 대폭 늘어났다. 아이와의 추억을 쌓는 동시에 수익도 벌 수 있다는 것이 부모들의 이야기다. 서울 우장산동에서 6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김 씨는 키즈 유튜버에 대해 “아이의 어린 시절을 보관할 수 있는 저장소로서의 공간적 의미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아이가 즐기고 좋아한다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천 남동구에서 9세 아이를 키우는 학부모 정 씨는 “키즈 유튜브에 출연하는 아이들은 평범한 생활을 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휴가지에서 유명 키즈 유투버를 만난 경험이 있는 정 씨는 “지나치게 다른 사람들을 의식하는 점이 아이답지 못하다고 느꼈다. 종일 카메라로 아이를 촬영할 뿐같이 노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유튜브를 찍기 위해 휴가를 온 것 같았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아이들의 즐거움보다 촬영이 우선되었다는 것이다.
▲한 키즈채널에서는 강도로 분장한 아빠가 아이를 겁박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강도로 분장, 엄마를 잡아가겠다” 조회 수 위해 아이 울려
    키즈 유튜버가 아동학대 아니냐는 비판은 지속해서 제기돼왔다. 키즈 채널의 출연진과 주 시청자 층이 아동임에도 불구하고 유아에게 폭력적인 영상들이 올라온 탓이다. 한 키즈 채널은 강도로 분장한 아빠가 엄마를 잡아가겠다며 겁을 주고 아이가 울자 ‘눈물의 몰카 성공’이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또 다른 키즈 채널은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을 차로 뭉개고는 아이의 반응을 촬영한 영상을 올렸다. 해당 영상들은 아동학대 논란이 일자 모두 비공개로 전환되었다. 결국 지난 2017년 국제구호 개발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앞서 언급된 키즈 채널 두 곳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했다. 박영의 세이브더칠드런 미디어커뮤니케이션부 부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아동의 보호나 발달 측면에서 아동에게 해로운 상황을 연출하였다”며 “두 곳 채널 모두 비슷한 수준으로 위험해 보여 각각 운영자가 거주하는 지역 관할 경찰서를 통해 조사가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검찰은 한 건만 아동보호 사건으로 송치하였고 다른 한 건은 증거불충분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여 송치하지 않았다.
키즈 유튜버, 방송법·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의 사각지대
    실제로 키즈 채널이 아동학대 혐의로 고발되었을 때 경찰에서 수사하기가 쉽지 않다. 고발 대상이 영상물이라 사건 현장에 경찰이 출동할 수 없고 집 안에서 촬영돼 명확한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또한 직접적인 폭력이 아닌 정서적 학대이기 때문에 피해자의 진술이 매우 중요하지만, 피해 아동이 학대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피해사실을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도 과반수다. 영상물이 폭력적이지 않았다고 해도 문제는 남아있다. 키즈 채널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일주일에 적어도 한 개, 많게는 세 개 이상의 영상이 업로드 돼야 한다. 만약 수익을 목적으로 촬영을 기획했다면 이는 아동노동으로 분류가 가능하다. 근로기준법상 15세 미만인 자는 근로자로 사용하지 못하며, 사용하기 위해서는 친권자나 후견인의 동의가 필요한 취직인허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가족이 운영하는 키즈 채널의 경우 제작자가 곧 친권자이기 때문에 아동을 착취로부터 보호하지 못한다. 청소년 연예인의 학습권과 휴식권 및 노동시간 제한을 보장하는 대중문화예술산업법이 존재하지만, 이 또한 키즈 유튜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1인 방송은 드라마·영화 등 방송법에 규정된 영상물이 아니기 때문에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사실상 키즈 유튜버를 보호하는 법은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초등학생들 희망 직업 5위 유튜버,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선행돼야
    최근 국회입법조사처는 영유아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 연령대가 낮아지고 미디어 이용률 및 이용 시간이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또 교육부가 조사한 2018초ㆍ중등 진로 교육 현황에 따르면 유튜버가 초등학생들의 희망 직업 5위를 차지했다. 박 부장은 최근 키즈 유튜버를 둘러싼 아동학대 논란에 대해 “아이가 콘텐츠를 보거나 제작에 직접 참여할 때 지켜져야 할 원칙을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야 한다. 아동을 보호하는 방법이 무조건적인 규제에 맞추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7월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촬영 가이드라인’을 제작한 바 있다.
▲<아이가 행복한 유튜브 촬영 가이드 라인> ⓒ세이브더칠드런

오늘날 인기 연예인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는 키즈 유튜버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학습권, 휴식권, 재산권 등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으며, 관련 규제는 물론 학계 논의조차 부재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울 기회가 남아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 2016년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가 채택한 일반논평 ‘청소년 권리 관련 협약의 이행’은 온라인 환경은 청소년기 아동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나 수준을 확대하는 획기적인 기회를 제공하므로 디지털 환경에서 아동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청소년기 아동의 접근성을 차단하는 방향이 아니라 위험요소에 대비할 수 있는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이나 아동학대를 방지하는 관련 법 제정 및 강화, 교사·보호자에 대한 교육 등 총체적인 전략을 이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인 방송이라는 특수한 구조 속에서 아동이 착취당하지 않도록 아동 노동법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유튜브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 아동 친화적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사회적 합의들이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박 부장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키즈 유튜버들과 미래의 키즈 유튜버를 꿈꾸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남겼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맘껏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를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은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자, 꼭 지켜져야 할 권리입니다. 유튜브가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고 교류하는 곳이자 많은 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장이 되기를 바랍니다.”

박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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