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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정치’없이 ‘청년 문제 해결’ 없다
인식·제도 개선 통한 20·30 정치참여 활성화 시급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유권자 수는 전체 국민의 35.7%에 달하지만, 정치지분은 1%에 불과한 집단이 있다. 바로20·30대다. 지난 20대 총선의 20·30 당선인 수는 3명이다. 청년 세대를 둘러싼 여러 사회문제가 계속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대변할 수 있는 청년 정치인은 부족하다.
청년 정치인 부족…청년 정책 부재로 이어져

    청년 정치인의 부재는 해당 세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치력의 부재로 연결된다. 20대 총선에 당선된 국회의원의 평균 나이는 55.5세다. 이들이 발의한 청년 관련 법안은 총 229건이다. 여기서 처리된 법안은 62개뿐으로, 처리율은 27.1%에 그친다. 이는 역대 최악의 법안 처리율로 비판받는 20대 국회의 30.5%보다도 낮은 수치다.

    지난 총선에서 여야가 내세운 청년공약은 아직까지 실현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권리 및 책임을 정하고 청년정책의 수립, 조정 및 청년지원 등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을 규정’한다는 목적으로 2016년 5월 발의됐다. 지난달 22일 정무위원회에서 법안을 의결해 입법이 가시화됐지만, 청년정책의 핵심 법안으로 거론되는 ‘청년기본법’은 지난 3년 6개월동안 뒷전으로 밀려 있었다. 이외에도 ‘청년고용의무할당제’와 ‘알바존중법’ 등의 청년공약이 아직까지 제도화되지 않은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전국청년위원장은 “청년층을 대변할 수 있는 선출직 공무원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하다”며 “청년층이 스스로를 대변하지 못한다면, 청년들의 다중고를 그저 시혜성 청년정책이나 선거철 한때의 공약에 의존하게 될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살기 바쁜 청년세대, 정치는 뒤편으로 밀려

    사회적 압박감이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막는다. 온라인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지난 2018년 “청년 세대가 꿈을 포기하는 이유”에 관해 설문 조사한 결과, 경제적 불안정, 경쟁주의적 사회 분위기, 국가 정책 지원 부실 등이 청년 세대가 꿈을 포기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책비서관으로 2년간 근무한 정선호 씨는 “청년들은 현재 등록금 마련, 학자금 대출 등 당면한 삶의 문제가 많다. 사회 경제적으로 구조적 불평등을 감수하고 있어서 청년층이 정치 참여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많다”고 밝혔다.

    이는 투표율에서도 드러난다. 지난 20대 총선과 관련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실시한 나이 집단별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율을 보면, 20·30세대의 투표율은 52.1%에 그쳤다. 두 명 중 한 명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청년들의 저조한 투표 참여율은 정치에 관한 무관심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정 씨는 “정치적 효능감은 정치 제도적, 주기적으로 참여를 하면 내 삶의 여건이 바뀔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현 국회의 구성원은 청년들의 희망에 관한 실질적 성과를 내기 어렵다. 20·30세대 의원이 적은 만큼 그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청년들이 정치에 무관심해지고 효능감이 떨어지는 이유”라고 말했다.

출마비용, 피선거권 등 20·30대 정치 참여 가로막는 장벽

    제도적 문제도 청년들이 정치에 관심 가질 수 없도록 만든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기초의원 기준 출마비용은 3천500만원, 선거 비용은 인구수*50원이다. 예를 들어 인구가 10만 명인 시의 기초의원에 출마할 경우 약 4,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가장 적은 비용이 부담되는 기초의원조차 출마를 위해 평균 수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청년들은 대체로 수천만 원을 지급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 청년들은 출마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방비한 출마를 방지하기 위한 수단인 선거비용 제도가 청년들의 정계 진출 발목을 잡고 있다.

    정 씨는 “한국 정치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 문제 중 하나가 고비용이다. 선거 출마 시 당과 국가에 공탁금을 지급해야 하고, 선거를 위해 공고물을 만들고 선거 운동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다 보면 비용이 매우 높아진다. 물론 득표율 15% 이상을 달성하면 전액을 돌려주지만, 맨 처음 정치계에 입문한 청년이 15% 이상 득표를 얻기는 사실상 어렵다”며 고비용 문제가 청년들의 정계 진출을 막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제도적 문제는 비용 부분에서 그치지 않는다. 선거권 자체의 문제도 있다. 공직선거법 15조 1항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은 만 19세 이상부터 선거권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공직선거법 16조 2항에 따르면 피선거권은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만 주어진다. 투표권은 있으나 공직 후보가 될 자격은 없다. 선거권과 피선거권 간의 괴리가 청년 정치를 가로막고 있다.

청년 정치가를 ‘도구’로 이용하는 정치인들

    젊은 정치인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청년 정치를 퇴보시킨다. 정치적으로 청년은 주체가 아닌 동원의 대상으로서 소비되고 있다. 선거철이 되면 출마자를 중심으로 청년들을 모아놓고 촬영한 사진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젊은 이미지를 홍보하려 청년을 소비하는 것이다. 직업 정치를 하기 위해 정치에 발 담근 청년들이 ‘동원’의 도구가 된다. 이 과정에서 청년들은 회의를 느끼고 정계를 떠나기도 한다. 지난 19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주선한 ‘청년x비전+’ 행사에서 한 청년은 “이곳에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청년들을 이용한다면 저는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없습니다”라며 보여주기 식으로 청년들을 소비하는 황 대표의 행실에 대해 직접적인 냉소를 표했다.

   

    정선호 씨는 사회적으로 청년 정치인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적으로도 정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예를 들면 ‘정치인들은 다 도둑놈이다’ 같은 인식이다. 이는 굉장히 잘못된 인식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정치인들에게 전승되고 있다”며 “국민들은 정당에서 성장하는 사람들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정당에서 오랫동안 활동했던 사람들은 ‘신선하지 않다’라는 게 그 이유다”라고 밝혔다. 청년정치는 단일한 원인으로 인해 퇴보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 사회적 불합리가 청년들을 정치로부터 밀어내고 있다.

청년이 정치에 나서야 세상이 바뀐다

    정선호 씨는 “국회의원이 어느 정도 당사자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재 50·60대 비중이 압도적인 의원들은 청년 문제에 대해서 당사자성을 느끼기가 어렵다. 그들은 지금의 청년 문제를 경험하지 못했으며 앞으로도 겪을 일 없는 문제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청년의 목소리는 청년이 대변할 수 있어야 한다. 서난이 전주시의원은 2016년 지방자치단체 처음으로 ‘청년 건강권’을 명시한 청년 기본조례를 대표 발의했다. ‘젊은 시절 고생은 사서 한다’라는 말로 묵과되던 ‘청년 건강권’을 제도의 테두리 내로 가져온 당사자는 30세의 지방의원이었다. 이전에는 대학생과 청년 구직자의 경우 국가 건강검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으나 이 조례를 근거로 전주시 뿐만 아니라 전국의 청년들이 무료 건강검진을 지속해서 받을 수 있게 됐다. 빠르게 고령화되는 사회 속에서 청년들은 더욱 힘써 자리를 지켜야한다. 장경태 위원장은 “고령화 사회가 될수록 청년 인구는 줄어들 것이고 이는 필연적으로 청년 유권자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청년들이 더욱 정치에 관심을 두고 노인 부양의 책임감으로 힘겨워질 자신들을 보호할 방안을 고민하여 능동적으로 활동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고령의 장성 출신이 다수인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60만 장병의 수통이 30년 넘게 사용돼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사실을 밝혀낸 사람은 당시 33살 ‘청년’이던 김광진 국회의원이었다. 그는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군 장병이 사용하는 상당수 수통이 1972년과 1977년 보급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제품임을 밝혔다. 폐기 연한과 세척 기준이 없어, 파손되지 않는 한 교체되지 않았고 세균 검사 결과 심각한 위생 상태임을 발견했다. 젊은 정치인의 문제 제기 덕분에 2014년 25억 원의 예산을 들여 전 부대의 수통이 교체될 수 있었다.

 

    우리나라 역사의 중심에는 늘 청년이 있었다. 일제강점기의 민족해방운동, 그리고 광복 후의 민족 통일운동 및 민주화운동으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 장경태 위원장은 “사적 격변기에는 늘 청년들이 앞장서서 사회의 변혁을 주도했다. 암울한 저성장시대인 지금이야말로, 그 어느 때의 청년들처럼 앞으로 나서 청년 정치를 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까지 다섯 달도 남지 않은 시점이다. 정치는 사회 문제를 개선하는 유용한 수단이자 방법이다. 정치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생활환경의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청년을 위해 ‘청년’이 나서야 할 때다.

박상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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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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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지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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