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무요원, 공익? 그들은 누구인가?
공공연한 인권침해, 병역법 개정으로 바로 잡아야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신체적, 사회적 요건 등의 부적합 문제로 현역병 입영 대신 공기관에서 일하는 사회복무요원들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폭언을 듣거나 초과 근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더라도 군대에 가지 않으려면 참고 지낼 수밖에 없다.

    사회복무요원이란 병역법 2조 10항에 따라, 사회서비스업무 및 행정업무 등의 지원을 위해 공익 분야에 복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하지만 현재 사회복무요원들의 근무 환경은 매우 열악한 수준에 이른다. 작년 11월 청와대 국민 청원에서 사회복무요원 A 씨는 “기관 출근 첫날부터 한 공무원은 ‘너 이리로 와 봐’ ‘왜 이렇게 건들거리냐’부터 시작해서 욕을 입에 달고 있었다. 그 모욕적인 말들을 견디는 게 일상이 되었다”라고 밝혔다. 사회복무요원을 향한 부당대우를 방지하기 위해 병무청은 복무 기관의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복무 지도관 등 여러 제도를 두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아직 모자라는 형편이다.

허점투성이 병역법, 사회복무요원들의 권리 침해의 온상

    병역법 5장 1절 26조에 따르면 사회복무요원의 업무는 “공익목적에 필요한 각 사회 분야 기관의 지원 업무”다. 문제는 병역법에서 명시한 ‘지원 업무’에서 발생한다. 지원 업무는 사회복무요원을 배정받은 기관의 장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업무다. 따라서 명확한 기준점을 두기 어렵기 때문에 업무의 부당성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 그러나 배정받은 업무가 부당하다 느껴져도 거부하기는 힘들다. 배정받은 업무를 거부하게 되면 벌점 부과, 복무 연장 등의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광주광역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상혁 씨는 “업무에 관한 교육도 없고, 복무규정도 느슨해 어디까지 내가 해야 하는 업무인지, 어디부터 거부할 수 있는지 알기 어렵다. 기관과 사회복무요원 간의 관계가 업무 수준을 정하기 때문에 무작정 업무를 거부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사회복무요원은 기초군사훈련 5주간을 제외하고 법적으로 민간인 신분을 보장받는다. 그러나 복무규정 27조 1항에 따라 사회복무요원은 1인 시위의 기획, 참가 등을 제한받는다. 따라서 사회복무요원은 스스로 문제를 제기할 수 없는 실정이다. 병역법이 최소한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병역법은 사회복무요원을 포함한 군 복무자들의 권익을 위해 제정된 법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부실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회복무요원, 조건 배려 없는 일적·억압적 노동에 시달려

    주민센터에서 근무 중인 박상혁 씨는 “나는 만성 우울장애로 사회복무요원이 됐다. 그러나 술을 마시고 추태를 부리거나, 욕설을 내뱉는 민원인들을 종종 상대한다. 정신적으로 건강한 공무원들도 스트레스를 받는 일을 우울증 질환자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기관이 사회복무요원의 신체적, 정신적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배정해 생긴 결과다. 그는 이어 “나와 함께 복무했던 사회복무요원들은 허리가 아프거나 팔이 아픈 사람들이었다. 겉보기엔 문제가 없으니 일단 노동을 시키고 아프다고 호소하면 그제야 일을 중단시키는 경우가 잦다”, “사회복무요원은 공무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좋아서 되도록 일을 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기 어렵다”라며 다른 사회복무요원들도 비슷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문제 개선에 대해 “사회복무요원 권리 교육 강화, 병무청의 기관 개입 강화가 사회복무요원의 부당 대우를 해소할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박상혁 씨는 소집해제 까지 2개월가량 남아있다.
사회복무요원 제도의 개선은 원만한 복무 생활을 위해서라도 불가피한 시점이다.
사회복무요원 관련 인권 감수성 상승했지만 현실은 제자리걸음

    군인권센터는 군 관련 인권 개선을 위해 창설된 시민 단체다. 군인권센터가 발표하는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사회복무요원 피해 관련 제보는 27건이었으며, 전년 대비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군인권센터는 이러한 수치 증가에 대해 '상대적으로 장병들의 인권 감수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그간 제기되지 않았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밝혔다. 가장 많은 인원을 보유한 육군의 피해 관련 제보는 전년 대비 1.07배였다. 그동안 군 관련 문제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했던 사회복무요원의 인권 감수성이 고양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병무청은 복무지도관, 복무 기본교육과 같은 제도적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복무지도관이란 복무 기관 실태조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병무청장이 계약직 공무원으로 채용 또는 지방병무청장이 소속 직원 중 임명한 사람을 말한다. 문제는 복무지도관의 선발 기준에서 발생한다. 복무지도관은 전문 교육을 이수한 상담사가 아닌 기존 공무원 중 선발한다. 따라서 사회복무요원과 복무 기관 간 갈등을 공무원 쪽으로 편향되어 처리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2019년 2월경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익명의 사회복무요원은 “복무지도관은 사실상 공무원의 편에 서서 갈등을 해결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따라서 공무원이 저지른 위법한 행위를 병무청의 복무 기관 관리시스템으로 파악 및 제재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라고 하소연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복무지도관이 담당해야 할 복무 기관과 사회복무요원의 수에도 문제가 있다. 업무상 복무지도관은 사회복무요원 개개인을 지도해야 한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복무지도관은 1인당 150여 개의 복무 기관과 600~1,000명의 사회복무요원을 담당한다. 복무지도관 1인당 매우 과중한 업무가 배정되어 있기 때문에 오히려 사회복무요원들의 고충을 소홀히 해결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박 씨의 말처럼 앞선 사례와 이야기들은 병역법과 사회복무요원 제도 체계의 부실로 인해 생긴 문제점들이다. 병역법과 관련 제도는 가장 먼저 사회복무요원들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병역법과 제도들은 그렇지 못하다. 공익을 위해 근무하는 그들을 위해 기존 제도와 법규의 더욱 실효성 있는 개혁이 필요하다.

박상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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