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사태 보도 도배로 다른 주요 의제 모두 실종
노동자·여성인권·부마항쟁 관련 보도 실종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지난 몇 달 간 언론은 ‘조국 사태’로 시끄러웠다.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기점으로 퇴임 발표 이후까지 조국 보도는 끊이지 않았다. 조국 블랙홀로 인해 여러 의제들이 묻혔다. <여운>이 조국 보도로 어떠한 의제들이 잊혀졌는지를 조명했다.

 

    조국이 법무부장관으로 임명된 8월 9일부터 퇴임 발표를 한 10월 14일, 후폭풍까지 염두에 둬서 10월31일까지 기간을 설정해 빅 카인즈(BIG Kinds) 사이트에서 데이터를 분석했다. 기간 내 중앙지, 경제지, 방송사 총 기사는 595,242건이었다. 키워드 ‘조국’이 들어간 보도는 350,543건이 나왔다. 이는 이데일리 등 인터넷 신문을 제외했고, 조국 사태 동안 삭제된 조국 보도 기사가 있어서 실제로는 더 많은 보도 건수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부마 민주항쟁’은 378건, ‘리얼돌’ 132건, ‘GM 노조 파업’ 341건,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24건이 나왔다.

▲조국 관련 보도가 압도적인 수치인 것을 볼 수 있다.

    8월 9일부터 10월 31일, 총 84일을 기준으로 나누었을 때, 조국 기사는 하루에 약 4,173건이 나온 것이다. 부마항쟁 국가기념일 지정 기사는 약 4.5건, 리얼돌은 약 1.5건, GM 노조 파업은 약 4건,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은 한 달에 약 3건 정도 생산됐다.

    부마 민주항쟁 국가기념일 공식 지정은 ‘10.16일’로 비교적 조국 사태와 시기적으로 근접한 이슈다. 하루 단위로 비교하면 조국 사태 기사는 부마항쟁 기사의 927배다.

조국 블랙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조국 블랙홀’은 대한민국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블랙홀에 갇혀 나라가 두 쪽으로 분열된 가운데, 조명 받지 못하고 잊혔던 사회 현안들이 있다.

⓵ 부마 민주항쟁 40주년. 9월 24일 국가기념일로 공식 지정
▲ 1979년 부마민주항쟁 당시 광복동 시위 행진 ⓒ사단법인 부마민주항쟁기념사업회

    부마 민주항쟁은1979년 10월 16일부터 20일까지 부산과 마산 지역을 중심으로 박정희 유신 독재에 반대하여 일어난 대규모 시위로, 부산대 교내 시위에서 시작해 유신 이후 최대 규모의 시민항쟁으로 확산하였다.

    지난 10월 16일 부산대에서 열린 부마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3・15의거로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곳도, 87년 6월 항쟁의 열기가 주춤해졌을 때 항쟁의 불꽃을 되살려 끝내 승리로 이끈 곳도 이곳 부•마”라고 말했다. “국가폭력 가해자들의 책임 소재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인제 와서 문책하자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⓶ 여성 상품화 부추기는 ‘리얼돌’, 전면 금지 촉구 시위
▲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 포스터.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대

     2017년 5월 한 성인용품 업체가 인천세관을 통해 리얼돌 수입을 신고했지만, ‘풍속을 해치는 물품’이라는 이유로 통관이 보류되면서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6월 대법원은 2심의 결과를 채택해 수입을 금지한 인천 세관의 처분을 취소하라는 판결을 확정하며 리얼돌 수입을 허용했다.

    ‘리얼돌 수입 허용 판결 규탄 시위대’는 9월 28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200여 명이 모여 여성 신체를 본뜬 성인용품인 ‘리얼돌’의 수입 전면 금지를 촉구했다. 시위대는 이를 규탄하며 “맞춤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 26만 명 이상이 동의했지만, 정부는 유감 표명조차 없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며 “이 나라에서 여성이 국민인 게 맞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는 이후 리얼돌 수입과 판매를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관련 규제와 처벌을 더욱 엄격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⓷ 매일 사망하는 노동자 ··· 대안은 오리무중
▲ 사고 당일의 현장 사진. 크레인 결착과 하부 받침대 설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금속 노조

    지난 9월 20일, 울산 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ㄱ 씨(61)가 가스탱크 해체작업 도중 무게 18t의 대형 철제 구조물에 머리가 짓눌려 숨졌다. 9월 26일, 대우조선해양에 블록을 납품하는 하청업체 노동자 ㄴ 씨(35)가 선박 제조에 쓰이는 무게 10t의 철제 블록에 깔려 사망했다. 2018년 12월 11일,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사망한 김용균 씨 사고 이후에도 죽음의 행렬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노동단체 등의성명에도 불구하고 고 노회찬 의원이 발의한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 제정은 오리무중이다. 중대 재해기업 처벌법이란 사업주나 법인·기관의 경영책임자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어기거나 안전·보건 조치를위반해 산재 사망사고가 일어나면 3년 이상의 유기징역이나 5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21일, 경향신문이 특별기획으로 숨진 노동자 한 명 한 명을 기록하는 ‘매일 김용균이 있었다'를 발행했지만, 이는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 한 달이 지난 후였다.

⓸ 성과 없이 끝난 한국GM 노조 전면파업
▲26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한국GM 본사 정문 앞에서
한국GM 비정규직 노조가 집단단식 투쟁에 돌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9년 9월 9일 한국GM 노조가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사기진작 격려금 650만 원 지급 ▲신차 배정 등 미래발전계획 이행 ▲기타 13개 요구안을 사측에 요구했다.

    10월 8일 오후 10시부터 인천 부평구 한국GM 본사 본관에서 한국GM 노조와 사측은 10차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하지만 양측은 서로의 입장 차이를 줄이지 못하고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에 노조는 10월 10일 사측에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교섭 중단 선언에 따라 더는 사측과 교섭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고 노사 간의 갈등은 장기화 국면에 들어섰다.

    사측은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5년간 누적 적자가 4조4518억에 달하는 등 경영상황이 정상화되지 않았으므로 임금동결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대신 노조원이 한국GM 신차를 구매할 경우 추가로 150만~300만 원 할인해 주겠다는 복지 혜택을 제시했다. 이에 노조는 사측이 제시한 방안이 노조가 요구하는 수준에 크게 못 미친다며 교섭 중단을 선언했다. 이로써 7월 9일부터 10차례에 걸쳐 진행된 올해 임금 단체협약 교섭은성과 없이 일단락됐다.

다양한 진실과 소외계층 목소리는 사라졌다

    민정수석이라는 요직에 있으면서 여태껏 무소불위의 권력이라고 여겨왔던 검찰에 저항하여 개혁을 추진하는 데 앞장섰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행보와 그에게 걸린 의혹은 많은 이들의 관심사였다. 언론사의 입장에서 보면 사람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소재를 기사화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론사들은 충분한 취재 없이 기사를 남발했고, 그 과정에서 많은 의제가 묻혔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기사의 내용보다 제목이 얼마나 수용자들에게 매력적이고 자극적으로 다가오느냐가 편집의 기준이 됐다.”며 자극적인 보도만이 양산되는 언론의 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조국 사태 보도가 많은 지면을 차지하면서 우리 사회의 소위 주류의 삶을 살지 않는, 소외된 사람들에 관한 이슈들이 더욱 배제되는 결과를 낳았다.

    우리는 그 많은 이슈를 접하는 동안 다른 소식들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언론 역시 진실을 요구하는 다양한 목소리를 내어 다른 의제들이 묵살되는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변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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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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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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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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