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클릭 장사’하는 언론
혐오 생산하는 악성댓글 언론 악순환 고리를 끊어야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지난 10월 1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  ⓒSM 엔터테인먼트
    지난달 14일, 가수 겸 배우 설리(본명 최진리) 씨가 우리 곁을 떠났다. 그의 사망을 계기로 연예인을 향한 악성댓글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2일 뒤인 16일, 언론도 죽음의 원인이 끈질긴 악성댓글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녀의 죽음이 악성댓글만의 문제일까? 설리 씨의 모든 사생활에 ‘논란’ 딱지를 붙이며, 악성댓글이 달리도록 판을 깔아준 것은 언론이었다.
언론, 故 설리 관련 악성댓글 재생산

    지난 9월 28일, 故 설리 씨가 SNS로 라이브 방송을 하다가 상반신 일부가 노출됐다. 다음날, 기성 언론은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28일 이후, 3일간 설리 씨 관련 기사는 200건 이상이었다.

-스포츠 동아 <설리 방송노출논란, 3일째 시끌→설리 논란 또 한 번 난리>

-이데일리 <설리가 또…SNS서 노브라+가슴 노출 사고>

다음 날 설리 씨는 SNS에 평범한 일상 사진을 게시했지만, 언론은 ‘논란에도 일상 사진을 올린다’며 기사를 썼다. 그녀의 SNS 속 일거수일투족은 늘 기삿거리였다.

-매일경제 <설리, 노출사고에도 마이웨이 행보..셀카 삼매경>

-한국경제 <설리 "오늘 왜 신나?"…가슴 노출 논란에도 '당당'>

언론사들은 설리 씨에게 쏟아지는 악성댓글을 기사화하며 재생산했다. 언론은 악성댓글을 그대로 인용해 설리 씨를 부정적으로 묘사했으며, 해당 기사의 댓글로 또다시 설리 씨에 대한 모욕적인 비난 댓글이 달렸다. 악성댓글과 언론이 서로에게 기생하는 악순환의 고리였다. 낚시성 제목의 기사를 집계하는 통계 사이트 ‘충격 고로케’, ‘뉴스 고로케’ 개발자 이준행 씨는 “언론사 스스로 익명이었을 악성댓글을 고스란히 옮겨 담아 증폭시키고는 그 기사를 송고한 자기 자신도 '온라인 팀', '이슈 팀' 같은 익명에 숨어버렸다”며 이는 “당연히 언론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사망 후에도 ‘자살 보도 권고기준’ 안 지키는 언론

      언론은 그의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비인격적 보도를 일삼았다. 그의 사인을 분석하는 기사들이 생산되면서 고인의 명예를 훼손했다. “고인의 인격은 살아있는 사람처럼 보호해야 합니다”라고 명시돼 있는,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자살 보도 권고기준 3.0’은 이미 유명무실한 상태다. 이준행 씨는 “권고 기준을 무시하는 것이 기자 개인의 직장 생활에도, 회사의 실적에도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결과”라며 권고기준을 지키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 “언론사 경영 또는 기자의 고용에 치명적 타격을 줄 만한 처벌이 가해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인사이트 <설리 사망 소식에도 계속 달리고 있는 '악플' 수준>

-위키트리 <"하루 종일 울었다" 과거 설리가 '가장 상처받았다'고 말한 악플>

    생전에 그를 향했던 악성댓글을 일일이 소개하는 기사도 있었다. 이러한 기사는 표면적으로 보기에 “악성댓글을 근절하자”는 형태를 띠고 있다. 그러나 이는 언론의 위선적인 행태에 불과하다.

'인물 관련 검색어 폐지, 최진리법 제정 시급'

    포털사이트 ‘다음’은 연예 뉴스의 댓글창과 인물 관련 검색어를 폐지할 예정이다.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에서 “연예 섹션 뉴스 댓글에서 발생하는 인격 모독은 공론장의 건강성을 해치는 수준”이며 “관련 검색어 서비스 또한 사생활 침해와 명예훼손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고 말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2만 3천 명 이상이 “언론 내 인권 보장에 관한 법률인 ‘최진리법’을 만들자”며 서명했다. 최진리법의 골 댓글 실명제와 무책임한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자격을 정지하는 처벌을 주는 것이다.

    성숙한 언론 소비자들은 설리 씨의 사망 이후 비인격적인 기사를 보도 윤리 위반으로 지적했다. 국민일보는 그의 사망소식을 전하면서 “노브라를 주창해온”과 같은 표현을 썼다가 수정했다. 이와 같이 보도 윤리에 어긋난 대부분의 기사는 현재 조용히 수정되거나 삭제됐다. 이준행 씨는 기사를 읽는 소비자들이 “포털에 의존하는 언론 생태계의 문제를 인식하고. 좋은 기사나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매체를 적극적으로 도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서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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