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Retro)? 이제는 뉴트로(New-tro)!
복고 넘은 옛날 감성 재해석으로 20~30대에게 신선함 선사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누구나 한번쯤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을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에 유행했던 것들이 여전히 똑같은 형식으로 다시 유행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옛것 그대로를 따르는 ‘레트로(Retro)’ 감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새롭게 재해석을 이루고 있는 ‘뉴트로(New-tro)’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자.

 

    ‘뉴트로(New-tro)’란, 새로움의 ‘New’와 복고를 뜻하는 ‘Retro’가 합쳐진 단어로, 복고(Retro)를 새롭게(New) 즐기는 경향을 뜻하는 신조어이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뉴트로(New-tro)’와 익숙한 단어 ‘레트로(Retro)’는 어떠한 차이점이 있을까?

    먼저 ‘레트로’는 회상, 추억이라는 뜻의 영어 ‘Retrospect’의 준말로, 과거의 모양, 제도, 풍습 등으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뜨려고 하는 성향을 말한다. 즉, ‘레트로(Retro)’가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과거에 유행했던 것을 꺼내 그 향수를 느끼는 것이라면, ‘뉴트로(New-tro)’는 옛날 디자인에 현대적 기술을 더하는 등 과거의 것을 현대의 감성에 맞게 재창조 또는 재해석하는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레트로’는 그 시대를 겪은 ‘기성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반면, ‘뉴트로’는 주로 20~30대에게 나타난다.

다방면에서 나타나는 ‘뉴트로’ 열풍

    이 ‘뉴트로’ 감성은 패션, 식품업계, 인테리어, 문화생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요즘 길거리에서 흔히 투박한 디자인에 큰 부피감, 두꺼운 아웃솔과 미드솔이 특징인 ‘어글리 슈즈’를 신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만큼 엄청난 유행을 불러일으킨 이 신발은 사실 과거 90년대 유행 신발을 재해석한 제품이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신는 운동화 같다고 해서 ‘대디슈즈’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독특함, 편안함을 찾는 젊은 사람들의 요구가 어우러져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실제로 온라인 패션 스토어 ’무신사‘는 올해 스니커즈 카테고리 거래량을 살펴본 결과, 어글리 슈즈 비중이 50%를 차지했으며 상품 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위메프‘도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다양한 복고 아이템의 매출이 크게 늘었다고 이야기하였다. 1990년대 배우 김희선이 착용해 유행했던 헤어 액세서리인 '곱창밴드'가 446%, 실핀과 똑딱 핀이 각각 133%, 48%만큼 판매가 증가했다. 또한 폭이 넓은 바지인 '와이드 팬츠'를 찾는 고객도 87% 증가했다. 모두 1990년대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했던 아이템들이다.

    ’뉴트로‘의 열풍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현재 해시태그 #뉴트로의 경우 약 74000개의 관련 게시물들이 존재한다. 그 외에도 세부적으로 분야가 나눠진 해시태그들(#뉴트로패션, #뉴트로인테리어, #뉴트로카페 등)의 게시물들도 적지 않게 존재한다.

▲2019년 1월부터 10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복고 아이템 매출 급 상승 ⓒ위메프
▲인스타 ’뉴트로‘ 해시태그 검색 결과 ⓒ민채원 기자

    패션뿐 아니라 식품과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뉴트로’ 열풍이 불었다. 패키지를 리뉴얼하는 것뿐 아니라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식감을 구현한 제품이 젊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받았다. 한국 소주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하이트진로(이하 진로)’는 브랜드 정통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고객의 니즈와 트렌드에 맞춰 변신하여 이전의 인기를 다시 실감했다. ‘진로’는 젊은 세대들이 선호하는 저도수의 편한 음용감을 위해 16.9도로 도수를 낮추고, ‘진로이즈백’ 캠페인을 통해 병 크기, 모양, 색깔 등 과거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패키지 제품을 출시했다. 또한 ‘농심’의 경우, 1982년에 출시해 1991까지 판매한 ‘해피라면’을 재출시해 한 달도 안돼서 800만 개 판매량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1970~80년대에 사용됐던 제품들을 이용해 ‘인스타 감성’을 자극하는 카페/음식점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매일 한쪽씩 찢어 쓰는 일력이나 태엽 벽시계, 다양한 무늬의 자개장, 알록달록한 바닥 타일 등 마치 시간을 되돌려 놓은 듯한 인테리어는 젊은 사람들에게 신선함과 호기심을 일으킨다.

    대표적인 예로 ‘을지로 거리’와 ‘세운상가’를 들 수 있다. 일명 ‘힙지로(힙한 을지로)’라고도 불리는 ‘을지로 거리’에 20~30대의 발길이 점점 더 잦아지고 있다. 새로운 데이트코스를 찾다 연인과 함께 을지로를 오게 되었다는 대학생 이다혜 씨는 “주로 20~30대의 정보검색은 SNS로 이뤄지는데, 을지로의 주요 가게들이 SNS에 꾸준히 노출이 됨으로써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며 “가게 분위기의 폭이 넓어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때 대한민국 전자 메카로 명성을 누렸던 ‘세운상가’는 최근 서울시 도시재생사업 <다시‧세운 프로젝트>를 통해 새롭게 태어났다. 원래 존재하던 옛날 전자 상가들과 젊은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다양한 카페, Bar, 음식점 등이 어우러져 과거와 현대의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가 되었다. 색다른 카페를 찾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세운상가’를 처음 방문한 김민정 씨는 “가게가 넓은 편은 아니지만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하마터면 웨이팅을 할 뻔했다.”며, “(가게가) 20~30대로 보이는 젊은 손님들로 꽉 차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세운상가에 대해 “익숙하지 않은 허름한 분위기 속에서 느껴지는 설렘과 두근거림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였다.

▲ 을지로 2가에 위치한 카페 ’커피한약방‘ ⓒ민채원 기자
▲ ’개화기’ 컨셉의 롯데월드 ⓒ민채원 기자

    문화생활에서도 ‘뉴트로’ 감성은 드러난다. 해방촌에 있는 ‘콤콤 오락실‘은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초등학생 ’필구‘가 엄마 ’동백‘의 애인인 ’용식‘과 함께 게임하는 장면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이곳은 드라마 장면처럼 아주 어린 아이들부터 부모님들(기성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스마트폰 게임이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호기심의 공간으로, 부모님들에게는 어렸을 때 추억을 회상하는 공간으로 다가온다.

    한편, 놀이공원에서도 ‘뉴트로’의 유행을 체감할 수 있다. 놀이공원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롯데월드는 올해 3월 9일~6월 23일까지 ‘개화기’ 컨셉의 이벤트를 열었다. 나머지 하나인 에버랜드 또한 11월 한 달간 1960~70년대 뉴트로 테마존으로 꾸며진 어트랙션, 포토스팟, 공연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포함한 그 때 그 감성을 특별히 체험할 수 있는 '도라온 로라코스타' 축제를 진행했다.

'뉴트로(New-tro)'의 유행 원인 그리고 기대

    책 ‘트렌드 코리아 2019(김난도, 미래의창)’에도 등장하는 단어, ‘뉴트로’는 어떻게 20~30대를 사로잡았을까? 을지로 2가에 위치해 고풍적인 인테리어로 다양한 연령층의 인기를 끌고 있는 카페 ‘커피한약방’ 박용범 이사는 “서양식 인테리어의 유행을 따라갈 필요 없이 우리의 것을 활용한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인기의 이유에 대해서 “노력도 열심히 했지만, 다양한 유행 속에 저희가 느꼈던 지침과 안타까움 그리고 갈증을 손님들도 느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은 공장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옷과 가구들이 쉴 새 없이 찍혀 나오고, 유행은 계속해서 빠르게 변화한다. 이러한 세상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젊은 세대들은 빠르게 바뀌는 유행에 피곤함을 느끼고, 비슷해 보이는 사람들 속에서 자신만의 개성을 찾으려고 한다. 남들과 다른 자신만의 ‘취향’과 ‘개성’을 갖고 싶어 하는 20~30대의 욕구와 겪어보지 못한 ‘복고’에 대한 새로움이 만나 ‘뉴트로’의 유행을 불러왔다. 이들에게는 ‘오래 됨’이 ‘새로움’으로, ‘촌스러움’이 ‘개성’으로 다가온 것이다.

    ‘레트로’의 변형인 ‘뉴트로’는 단순히 20~30대 사이의 유행으로 존재할 뿐 아니라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이 ‘뉴트로’ 열풍을 통해 구세대와 신세대가 공유하는 문화의 교집합이 늘어나 서로를 이해하며 세대 간의 장벽이 허물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민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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