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위한 팬덤인가
온·오프라인 비방경쟁 점입가경
​기사 최초 등록: 19/12/18
​기사 최종 수정: 19/12/18

    팬덤은 아이돌의 얼굴이다. 그 얼굴에 그림자가 지기 시작했다. 아이돌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팬덤이 역으로 아이돌 얼굴에 먹칠한 것이다. 오프라인/온라인 가릴 것 없이 서로를 물어뜯는 팬덤 전쟁은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팬덤 전쟁의 격전지, 인터넷
▲ 방탄소년단 지민 생일 당일 트위터 한국의 실시간 트렌드

    공식 팬카페, SNS, 각종 커뮤니티에서 나타나는 팬덤 전쟁의 수위는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트위터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지난 달 13일 방탄소년단 지민의 생일,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에 #HappyBirthdayGorila가 등극한 사건이다. 이 해시태그는 지민이 고릴라를 닮았다며 그를 조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방탄소년단 팬덤 ARMY(아미)는 분노를 일으켰고 해시태그 창작자(닉네임 킥킥)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에 ‘킥킥’은 자필사과문을 올리며 사과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미가 ‘킥킥’이 속해 있는 팬덤 원잇(엑스원의 팬덤)을 공격하며 팬덤 전쟁이 발발시켰다. 지민의 생일 2주 뒤인 엑스원 김우석의 생일에 복수를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아미는 합심하여 ‘킥킥’의 개인정보를 알아내 이를 유출하겠다며 그를 협박하기도 했다.

    수많은 팬덤이 공유하는 다양한 커뮤니티에서도 팬덤 전쟁은 발발한다. 상대적으로 큰 규모를 가진 팬덤의 의견이 커뮤니티를 장악하여 소위 ‘물타기’라고 불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 음원사이트에서도 팬덤 간의 경쟁은 존재한다. 응원하는 가수가 새 음원을 낸 경우에는 그 음원을 음원사이트 순위 상단에 놓기 위해 발생하는 경쟁이다. E그룹의 팬덤에 속해 있는 정윤아 씨는 “내 가수가 음원차트 1위에 올랐으면 하는 마음에 밤을 새서 스트리밍을 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스트리밍은 본래 음악이나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파일을 전송과 동시에 재생하는 방식을 말한다. 하지만 팬덤 문화 내에서는 음원을 반복해서 들어 해당 음원을 ‘음원 차트’의 순위권에 올려놓는 것을 의미한다. 친한 팬덤끼리 서로 스트리밍을 해주는 긍정적인 사례도 있지만, 경쟁 그룹의 순위를 낮추기 위해 별점 테러를 하는 부정적인 사례도 존재한다.

지하철 광고까지 내려 온 ‘원픽’ 싸움

    엔터테인먼트 채널 엠넷(Mnet)의 방송 ‘프로듀스 101’은 연습생을 국민 프로듀서(연습생을 응원하고 지지하는 팬을 지칭하는 말, 이하 국프)가 투표를 통해 데뷔시키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국프는 자신의 1Pick(국프가 선택한 한 명의 연습생을 뜻하는 말. 이하 원픽)을 데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국프의 노력은 투표에서 그치지 않는다.

▲ 국프의 모금으로 올려진 지하철 광고 ⓒ좋은광고 SM 블로그

    국프들은 모금된 돈으로 지하철역에 연습생 홍보 목적 전광판 광고를 거는 것은 물론이고, 인터넷·문자 투표에 대한 보답으로 대중들에게 선물을 주기도 한다. 국프 활동을 했던 강지민 씨는 “용돈을 모아 팬 사이트 모금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는 내 연습생의 데뷔 외에는 원하는 게 없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홍보 열기가 과열 현상을 보이기도 한다. 서로 다른 원픽을 가진 국프들 사이에는 묘한 견제 기류가 흐른다. 심지어는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과 경쟁 상대인 연습생을 피해 일부로 하위권 순위의 연습생을 투표하는 '견제픽'도 존재한다. 같은 소속사 연습생끼리 편을 나눠 다른 연습생에 대한 루머를 퍼트리는 ‘정치질’도 빼놓을 수 없다.

    국프의 모금을 통한 원픽 홍보나 투표인증 이벤트에도 문제가 있다. 지하철 홍보물의 광고료는 1개월에 최대 400만원을 넘어선다. 거액으로 완성된 광고들은 지하철역을 수놓는다. 투표인증 이벤트 선물의 종류는 모바일 상품권에서 전자기기, 해외여행까지 천차만별이다. 경쟁하는 연습생 팬덤보다 더 높은 금액을 모아서 더 효과 있는 홍보를 이루기 위해 팬덤 내에서는 서로를 채찍질한다. 이로 인해 팬덤 내·외 분열이 발생하기도 한다.

    또, 지하철 홍보물에 붙어있는 수많은 부착물도 우려의 대상이 된다. 팬덤의 응원이 담긴 메모지나 팬덤이 직접 제작한 스티커 등이 그에 해당한다. ‘프로듀스 X 101’ 방영 시즌에는 연습생이 홍보물을 직접 찾아가서 인증사진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 되면서 부착물은 점점 늘어났다. 팬덤과 소속사에서 자체적으로 부착물을 수거하지만 전광판에서 연습생의 얼굴을 제외한 전 영역을 부착물이 장식하는 경우에는 무분별한 부착물을 수거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몇몇 부착물은 접착력을 다해 바닥에 굴러다니며 쓰레기가 되기도 한다. 접착력이 강한 부착물의 경우에는 전광판을 훼손한다는 문제도 있다.

    

    홍보물 부착 문제는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생일, 각종 기념일 등 아이돌의 특별한 날을 축하하기 위한 홍보물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아이돌을 응원하려는 순수한 목적은 좋지만, 팬덤은 과열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성숙한 팬 문화를 가져야 한다.

   

“팬덤전쟁 종전은 어디까지 왔나”

 

    이렇게 팬덤 전쟁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1세대 아이돌 H.O.T, 젝스키스의 패싸움이나, 2세대 아이돌의 드림콘서트 보이콧 사건 등 팬덤 전쟁의 역사는 깊다. 그리고 그 수위는 더 깊어지고 있다. 아이돌 팬덤의 유형이 ‘오빠를 향한 동경’에서 ‘팬이 직접 프로듀서가 돼 아이돌을 바라보는 육아 형태’로 변함으로써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미 아이돌과 팬덤의 벽은 무너졌다. 아이돌과 팬덤은 우상과 그를 따르는 존재에서 직접 소통하며 합을 맞춰가는 관계를 유지한다. 팬덤이 홍보한 만큼 아이돌의 인기는 결정된다. 아이돌과 팬덤의 상호작용 속에서 아이돌은 진보와 퇴보의 갈림길에 서 있다.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팬덤 전쟁은 해결되기 쉽지 않다. 팬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그를 해결할 방안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끊임없는 경쟁구도를 탈피하고 경쟁만능주의에서 벗어나는 팬덤의 모습이 필요하다. 아이돌을 빛내기 위해 존재하는 팬덤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이 전쟁을 끝내는 방법을 하루 빨리 찾아내야 한다.

전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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